단단한 땅, 얼마나 깊이 박아야 할까? 흙막이 가시설 최소 근입장, 암반 지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암반처럼 단단한 땅에 흙막이 벽을 세운다면, 과연 얼마나 깊이 박아야 튼튼할까요? 최근 교량 기초 시공을 위한 가시설을 설계하면서 이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지반이 아주 단단한 경암이었기에, 계산을 돌릴 때는 '안전!'을 외쳤지만, 설계 기준을 펼쳐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근입깊이'에 대한 솔직한 고민입니다. 흙막이 가시설 설계 시 벽체의 최소 근입장, 특히 단단한 암반 지반에서는 문헌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할까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 풀어보겠습니다.




문헌 속 최소 깊이, 정말 믿어도 될까?

흙막이 벽체 종류별 최소 근입장 기준을 살펴보면, 시트파일의 경우 철도 설계기준에는 2.5m 이상, 도로설계요령에는 3.0m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마치 "무조건 이 정도는 박으세요!"라고 외치는 듯하죠. 하지만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기준들은 주로 흙처럼 비교적 연약한 지반을 고려한 것일 수 있습니다.

반면 H-Pile + 토류판 흙막이 벽체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기준에는 굴착 하부 지반이 암반일 때 최소 1.0m 이상이라는 기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문헌에서도 토사지반의 경우 최소 1.5m, 또는 5H 이상이라는 기준이 제시되기도 하죠. 그나마 이런 기준이라도 있기에 다행이지만 이 경우는 또다른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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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설계는 1.0m, 왜 가능했을까?

제가 최근 설계했던 교량 기초 가시설 현장은 온통 단단한 경암 지반이었습니다. 시추 조사 결과의 신뢰도도 매우 높았죠. 이 조건에서 시트파일의 근입장을 계산해보니, 1.0m만으로도 안전율이 1.2를 훨씬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전하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죠.

물론 처음부터 1.0m를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문헌 기준에 벗어난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엔 2.5m에서 0.5m 줄여 2.0m로 설계를 했죠. 결국 발주처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충분히 논의 끝에 1.0m의 근입장으로 설계를 마무리하고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안전 장치 강조)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안전 장치가 필요합니다. 저에겐 그게 바로 '단서 조항'이었습니다.(도면, 보고서 등 꼭 넣으시길..!) 아무리 신뢰도 높은 시추 조사 자료가 있더라도, 땅속 상황을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제가 설계했던 현장은 교대와 교각 위치별로 1공씩 시추를 진행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하더라도 시추 위치 바로 옆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연약 지반이나 차별 풍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실제 터파기 과정에서 설계와 다른 연약 지층이 발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근입장을 늘리거나 추가적인 보강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설계도서에 명시하여 더욱 안전한 시공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합니다.

합리적인 설계를 향하여 (나의 생각)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문헌에 제시된 최소 근입장 기준은 중요한 참고 자료이지만, 모든 현장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정답'은 아닙니다. 특히 암반처럼 단단한 지반에서는 계산 결과와 실제 현장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서 합리적인 근입장을 결정해야 합니다.

무조건 깊게 박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 상승과 공사 기간 증가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안전율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동시에 현장 조건에 최적화된 효율적인 설계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암반 지반에서 시트파일의 경우는 최소근입장 기준이 너무 기니까 공사 효율성(공기, 공사비)을 생각해야한다면, H-Pile+토류판의 경우는 최소 근입장만을 믿고 설계하다가 시공시 현장 조건이 달라지면 과연 안전할까를 생각해야합니다. 이런 부분을 통해 설계자의 실력이 드러나고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단단한 땅에 흙막이 벽을 얼마나 깊이 박아야 할까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산된 안전과 동시에 현장의 불확실성을 늘 염두에 두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설계에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도 흙막이 가시설 설계와 관련하여 비슷한 경험이나 의견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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