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질 및 기초 기술사를 공부하거나 지반 공학을 다루다 보면 '지반-구조물 상호작용(Soil-Structure Interaction)'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고전적이면서도 실무적인 이론이 바로 뱅클러 기초 모델(Winkler Foundation Model)입니다.
오늘은 p-y 곡선 해석의 근간이 되는 뱅클러 모델의 핵심 개념과 특징, 그리고 한계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뱅클러 모델의 개요
1867년 뱅클러(Winkler)는 복잡한 흙의 거동을 단순화하기 위해 기발한 가정을 제안합니다. 바로 지반을 '서로 연결되지 않은 수많은 독립된 스프링의 집합'으로 보는 것입니다.
- 기본 가정: 지반은 무수히 많은, 독립된 탄성 스프링으로 이루어져 있다.
- 거동 식 (Hooke's Law): p = k · y
즉, 기초가 y만큼 내려앉으면, 그 위치의 스프링이 k만큼의 힘으로 저항한다는 아주 직관적인 모델입니다.
2. 가장 큰 특징이자 한계 : "스프링의 독립성"
뱅클러 모델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독립성(Independence)'입니다.
스프링은 서로 독립된다.
A 지점을 눌러서 스프링이 압축되어도, 바로 옆에 있는 B 지점의 스프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즉, 하중이 작용하는 지점에서만 침하가 발생하고, 그 외의 지점은 침하가 '0'인 불연속적인 거동을 보입니다.
실제 흙은 연속체이므로 한 곳을 누르면 주변 땅도 같이 딸려 들어가는 '전단 저항(Shear Transfer)' 현상이 발생합니다. 뱅클러 모델은 이 전단력 전달 효과를 무시한다는 이론적 한계가 있습니다.
3. 지반 반력 계수(k)
이 모델에서 상수 역할을 하는 지반 반력 계수(Coefficient of Subgrade Reaction, k)는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 정의: k = p / y (단위: kN/m³)
- 특징: k는 흙 고유의 물성치가 아닙니다. 기초의 크기(폭 B), 형상, 근입 깊이 등에 따라 값이 변합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평판재하시험(PBT)을 통해 얻은 k 값을 기초의 실제 폭(B)에 맞춰 보정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4. p-y 곡선과의 관계
우리가 말뚝 기초 해석에서 사용하는 p-y 곡선은 바로 이 뱅클러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 초기 뱅클러: p = k·y (선형 스프링 가정)
- p-y 곡선법: p = f(y) (비선형 스프링 가정)
비록 '전단력 전달 무시'라는 한계가 있지만, 뱅클러 모델은 수식이 간단하고 말뚝과 같은 구조물의 거동을 해석하는 데 있어 실용적인 정확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의 전면기초, 지하철 정거장과 같이 폭이 큰 기초를 설계할 때 적용함이 합리적입니다.


